2010년 9월 24일 금요일

MBC 스페셜 497회 불가사리와의 전쟁

MBC 스페셜 497회 줄거리:

▶ 기획의도

지금 이 순간, 한반도의 모든 바다가 충격과 공포의 현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불가사리 떼가 바다 밑을 점령한 것이다. 끈질긴 생명력을 지닌 이 공포의 해양 포식자들은 양식장의 모든 패류는 물론 문어와 물고기마저 무자비하게 먹으며 끝없이 번성하고 있다.

불가사리는 천재가 아니라 인재이다. 최근 수년 간 불가사리의 개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 것은 바로 양식장의 풍부한 먹이 때문이다. 자연 양식을 위해 어민들이 던져 넣은 조개들이 불가사리를 불러들였고, 천적이 없는 최적의 환경에서 해를 거듭하며 꾸준히 번식해온 것이다.

재앙이 될 수밖에 없는 불가사리들이 거대한 군을 형성할 때까지 아무도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불가사리는 인간이 키워낸 재앙이다. 바다 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앙의 실체는 충격 그 자체이다.

이 프로그램은 10년의 기간 동안 울릉도를 포함하여 한반도의 모든 바다를 샅샅이 훑어낸 결과물이다. 그 사이 불가사리의 경악스러운 생존력과 놀라운 번식력, 그 산란의 현장을 국내 최초로 포착하고, 우리 바다의 과거와 현재를 모두 담을 수 있었다.

국민 대다수가 아직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불가사리의 심각성을 공개함으로써 바다에 대한 의식의 전환과 더불어 우리 모두의 숙제인 바다의 미래를 다함께 생각하자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취지이다.


▶ 내용

● 바다 밑, 별들의 점령

불가사리 떼가 바다 밑에 별처럼 빽빽하게 진을 치고 있다.
불가사리 떼가 쓸고 간 바다는 텅 빈 조개껍질 무덤으로 변해버리고 만다.
불가사리 한 마리가 하루에 조개 1개씩만 먹어치운다 해도 양식장의 피해는 셀 수 없이 막대하다.

한반도의 동해와 남해, 그리고 서해까지 어디라 할 것 없이 불가사리의 전면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중이다.

● 불가사리의 포식 장면

불가사리가 위장으로 조개를 감싸 안고 조금씩 녹여먹는다.
굴과 전복, 홍합 등 모든 패류들이 이들의 먹잇감이다.
따라서 패류 양식을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불가사리들의 만찬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어부들이 던져놓은 통발과 그물에 물고기와 문어가 걸리자 불가사리 떼가 거침없이 그들을 공격한다. 불가사리는 주로 패류를 먹지만 통발에 걸린 문어도 그냥 지나치지는 않는다. 한 무리가 문어를 공격하는 동안 다른 무리는 전복과 홍합을 집어삼킨다. 불가사리 떼가 이동하는 동안 그들 뒤로는 무수한 껍데기 잔해들만 남아있다. 충격을 넘어 경악과 공포가 느껴지는 장면들이다.

● 끈질긴 생존력, 막을 수 없는 번식

위기가 닥치면 불가사리는 마치 도마뱀처럼 몸의 일부를 뚝 떼어내며 도망친다. 그리고 잘려나간 다리는 이주일이면 다시 새로운 다리로 재생된다.이토록 생존력이 강한 생물체가 떼 지어 우리 바다를 점령하고 있는 것이다.
더 두려운 것은 바로 그들의 번식이다.불가사리 한 마리가 수중 바위 위로 올라가 몸을 꼿꼿이 세운다. 곧이어 녀석의 표피로부터 하얀 알들이 무수히 뿜어져 나온다. 알들은 뿌옇게 흩어져 점점 넓은 바다로 퍼져나간다. 이들 중 살아남은 녀석들은 다시 성체가 되어 포식자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 한숨 쉬는 어부의 아내

남해의 노구 앞바다.
어부와 그의 아내가 열심히 통발을 걷어 올리고 있다. 그러나 통발 속에는 수십 마리의 불가사리밖에 없다. 부부의 한숨이 끝없이 깊어간다. 어부의 아내는 통발 속에서 불가사리의 먹이가 되어 껍질만 남게 된 문어를 들어 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것은 대한민국 어느 바다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어민들은 불가사리라면 치를 떤다. 그러면서도 통발에서 꺼낸 불가사리들을 바다로 내던지지 않고 일일이 한쪽으로 모아둔다. 찢어서 버려도 다시 살아 돌아오는 이 무서운 포식자들을 죽일 수 있는 방법은 땅 위에 널어 말리는 방법뿐이다. 그러나 불가사리는 소고기보다 부패
속도가 2.5배가 빨라 악취가 지독하다. 불가사리를 잡아놓은 어촌마다 악취로 곤욕을 치러야 한다. 그래서인지 일부 비양심적인 어부들은 잡힌 불가사리를 다시 바다로 그냥 내던지기도 한다.

● 바다 양식의 딜레마

왜 이렇게 불가사리가 많아졌을까?
가장 큰 원인은 양식장에서 찾을 수 있다. 양식을 위해 던져준 먹이와 그물에 갇힌 치어들, 그리고 씨를 받기 위해 기르는 종패들까지 모조리 불가사리의 푸짐한 먹잇감이 된 것이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이제 사람의 힘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개체수가 증가한 것이다. 생계를 위해 양식어업을 선택한 어민들은 결국 불가사리들만 키워온 셈이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양식을 포기함으로써 불가사리를 없앨 것인가, 아니면 불가사리의 공격을 받아가며 양식을 고수할 것인가?

● 약속과 책임이 사라진 바다

불가사리와의 전쟁을 위해 불가사리 구제 사업을 시행한 지 10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 동안 수십억 원을 쏟아 부으면서도 달라진 것은 없다. 어부들은 구제 사업 기간 중 지자체에서 돈을 받고 불가사리를 잡아 올릴 뿐 해당 기간이 끝나고 나면 다시 나태해진다. 잡아 올린 불가사리를 다시 바다에 버리는 일이 다반사. 불가사리의 점령범위는 날이 갈수록 늘어나는데 정작 그 불가사리를 키워낸 당사자들은 하늘만 원망할 뿐이다.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양식장 관리, 그 책임을 묻기에는 범위가 너무도 광범위하다. 우리 모두의 바다를 건강하게 가꾸자는 약속도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속수무책일 뿐이다.

● 불가사리를 이용하기 위한 노력들

불가사리를 이용한 산업들이 하나둘씩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
불가사리 몸속에서 콜라겐 성분을 채취해 화장품 원료로 사용하기도 하고,키틴과 탄산칼슘을 이용한 비료 개발도 효과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불가사리의 상업적인 활용만으로는 지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현
실이다.

● 작은 희망 - 울릉도의 과거와 현재

2007년 울릉도의 바다 속 풍경.
당시 울릉도의 어부들은 쓸모없는 오징어의 내장을 바다에 모두 버렸다.
그 바다 밑 풍경은 어떨까?
물고기는 한 마리도 없고 불가사리들만 몰려와 포식하고 있다. 그것이 3년 전 울릉도 바다의 풍경이었다.
2010년, 다시 찾은 울릉도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불가사리는 거의 보이지 않고 예전의 아름다운 수중 환경을 되찾고 있다.
오징어 내장이 불가사리를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울릉도에서는내장을 전량 수거하여 가공 공장에서 물고기 사료로 재가공하고 있다 먹이가 없어지자 불가사리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 누구의 바다인가?

바다는 우리 모두의 것이며 또한 우리의 것이 아니다. 바다는 우리가 후손에게 물려줘야 할 삶의 터전인 것이다. 생계라는 이름 하나로 우리는 그동안 바다를 너무 쉽게 대해온 것은 아닐까? 생계를 논하기 전에 글자 하나를 더 넣어 <생태계>를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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